비가 주륵주륵 내린다. 이때 꼭 빠질 수 없는 전, 갑자기 머릿속이 분주하다. 평소 윗집 어르신들에게 뭔가 해줄게 없나 싶어 했는데 전을 부쳐보기로 마음먹는다.
집에서 딴 부추, 방아잎, 감자, 김치 등을 이용해 전을 부쳐본다. 난 개인적으로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내 요리를 먹고 행복해한다면 더 기쁘다.
있는 재료로 나름 열심히 전들을 부처 본다. 맛있는 냄새는 온 주방에 퍼지고 환풍기를 틀었더니 이웃 어르신들 집까지 냄새가 날아간다. 분명 그들도 먹고 싶어 할 터..
전들을 여러 종류로 부쳐 이웃 어르신들에게 접시에 담아 나눠준다.
"아이 이 뭔 이런 걸 다 해와~ 고맙네 잘 먹겠네"
"에구에구 고맙네"
어르신들이 좋아해서 다행이다. 미션을 성공한 듯 뿌듯했다.
그 후 동네에 소문이 났는지 다른 이웃들이 내 집 근처 어르신들을 조금 부러워하는 눈치이다. 맘 같아서는 이 전체 동네 이웃들 모두에게 돌아가며 뭔가 해주고 싶은데, 그러다간 내 생활도 사라질 수 있으니 자제해 본다.
그렇게 어르신들을 위한 전을 부쳤겠다, 이젠 부모님을 위한 전을 부쳐본다.
잠시 내 집에 요양하시던 아버지를 위해 그 좋아하는 막걸리와 함께 전을 만들어 대접한다.
이 자리에 내 어머니도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항상 바쁘고 잘 챙겨 먹지 못하시는 내 어머니를 생각하니 날마다 속상하고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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