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의 검색 알고리즘은 가끔 이상한 채널로 나를 인도하기도 한다.
아마 기억으론 우연히 2019년 그녀의 채널이 시작된 초창기 때 본거 같다.
그녀의 동영상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횡설수설하며 서로 다른 인격체마냥 여러 사람들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하는데, 더불어 동영상 설명란은 알 수 없는 무섭고도 소름 끼치는 랩 같은 가사들이 즐비한다.
그땐 그 사람이 그냥 관심받고 싶어 하는 조금 특이한 사람으로 일명 '관심종자'인가 보다라고 생각도 했으며, 그 채널의 몇몇 동영상을 보고 나도 뭔가 정신이 이상해지는 거 같아 그냥 보는 것을 중지하고 지나쳐 나오게 된다.
몇 년이 흐르고 어느 날, 난 블로그 소재 좀 찾아볼 겸 유튜브 검색을 해본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 유튜브의 검색 알고리즘이 다시 날 그녀의 채널로 인도하는데..
나도 충격적인 기억에는 기억력이 좋은지라 딱 보니 그때 그 이상한 채널임을 직감했다. 채널을 보니 그냥 겉으로는 전하고 틀려진 건 없는 거 같다. 그렇게 호기심에 다시 못 본 동영상들을 쭈욱 보게 된다.
그녀의 증상을 골똘히 생각해보니 조현병이 아닌지 조심히 의심해 본다. 뇌의 특정 부위에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이 활성화되며 환청, 망상, 이상행동, 횡설수설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질병..
하지만 과거 영상들과 달리, 최근 동영상들을 자세히 보니 뭔가 전하고 달라지긴 한 거 같다. 2020년 3월 이후로는 완벽하진 않지만 그녀 상태가 많이 좋아져 보인다. 비디오 소개란의 설명은 전과는 다르게 문맥과 글들이 나아 보였고 뭔가 정상적으로 돼가는 모습이 괜찮아 보였는데..
일부 사람들은 댓글로 그녀를 비하하기도 하지만, 그녀의 치료를 기원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행스러운 건 영상을 보면 누군가에게 돌봄을 받고 있는 게 간접적으로 보이긴 했다. 그녀 집은 예상보다 깨끗하고, 누가 준 반찬이나 음식들이 있으며, 그녀는 돈이 어디서 나오는지 꾸준하게 돈으로 뭔가 사 먹고 있다.
역시 가족이 최고인가! 만약 가족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이 그녀를 호전시켜놓았으리라.. 그녀는 과거보다 더 활동적으로 바깥 활동을 하고 있으며 최근 동영상들의 댓글은 중지시켜놓은 거 보니 치료가 잘되어 자아가 깨어난 것 같다.
그녀의 일상이 날마다 꾸준히 업로드되었던 동영상, 그녀가 그녀 자신의 치료과정을 담기 위한 일기장이었던 것일까? 아니면 치료 사각지대에 빠진 그녀의 외침이었을까?
어쨌거나 무슨 이유인지 그녀는 2021년 12월 1일 이후 더 이상의 영상이 올라오지 않는다. 긍정적이고 좋은 일이 생겼길 기원하며, 과거 올렸던 동영상의 자신을 보며 깨닫고 꾸준히 잘 치료받고 더 잘 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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