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별일도 다 있다.
저녁이 되자 하늘이 우중충하고 곧 비가 쏟아질 거 같았다. 우산을 미리 챙겨 은행도 들리고 걷기 운동도 할 겸 밖을 나섰는데, 은행일을 보고 집 근처 넓은 광장을 경유하기 위해 걷는다.
어느 순간 내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5명 이상되는 무리가 보라색 공유 전동킥보드를 타고 내 옆을 쌩쌩 지나갔는데, 순간 깜짝 놀랐으며, 몸들이 좋은 고등학생들 같아 한편으론, "요즘 애들은 정말 잘 먹어 저렇게 몸들이 좋나?" 라며 생각해 보기도 한다.
광장에는 나, 내 뒤 멀찌감치 따라오는 광장 건물 관련 관리자 1명, 광장을 다 빠져나간 여자 1명이 있었는데, 내가 광장 중앙을 걸을 때쯤, 광장 분수대를 뺑뺑도는 전동킥보드 무리들은 갑자기 넓은 곳을 놔두고 내가 바라보는 정면으로 도전적이고 저돌적으로 쌩쌩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데, 최고 속력으로 다가오는 전동킥보드의 위협을 느껴 그들 사이에 껴서 잠시 걷기를 머뭇거렸다. 속으로 생각한다. "이거 좀 이상한데?"
광장에서 이 속도로 전동킥보드를 타도 되는 건가? 저 멀리 뒤에서 따라오는 광장 건물 관리자 같은 사람은 그저 지켜만 보고 어떠한 제지도 하지 못한다. 워낙 몸들이 좋은 학생들 무리라.
느낌이 안 좋아 빨리 광장을 벗어나려고 태연한 척 외각으로 걸어가는데, 그놈들이 또 내 주위를 뺑 돌아오더니 내가 빠져나온 그 좁은 외각 보도로 와서 최고 속도로 또 나를 정면으로 마주치고 내 앞으로 쌩쌩 스쳐 지나간다. 순간 공포감이 엄습했다. 그중 무리 리더같이 보이는 몸 좋은 스포츠머리의 한놈이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에 눈을 보니 그렇게 좋은 느낌의 눈빛은 아니었고 난 순간 그들이 다 나를 지나갈 때까지 잠시 걷기를 멈췄다.
그러더니만 지나간 눈 마주친 놈이 뭐라 지들 무리에 말하는데, 갑자기 무리들이 나를 향해 "씨X롬아!"그러면서 내 뒤에서 돌다가 내가 순간 욱해서 가만히 쳐다보니 다들 내 시선에서 사라졌다. 황당하여 별생각이 다 나기 시작한다. "어디서 저런 것들이 통제 없이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 거지?" "쟤들 원동기 면허 있는 건가?" "저런 애들이 설마 배달 아르바이트하지 않겠지?"
또한 느낌상 도로 건너 원룸촌에서 온 애들 같은데, 마음이 많이 찝찝했다.
난 사람을 한번 보면 잘 아는 특별한 직감이 있다. 거의 80프로는 맞다고 해야 하나, 얼굴들을 보니 어디 소년원이나 들락거렸거나 학교 일진 같은 마빡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어울려, 무리 효과로 나사가 풀려 지들 세상인 양 폭주하는 것 같은데.. 근데 워낙 사람이 많아 내가 몇 명인지 확실히 세어보지를 못했다.(좀 놀래서 허리 피고 앞만 보고 태연히 걸어가느라..)
마치 한 무리 폭주족의 형태를 띠고 최고속도로 시민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느낌에 어이가 없고 기분이 좋지 않아, 한 5분여 동안 걷다가 112 신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핸드폰을 봤다 안 봤다 여러 고민을 하게 된다.
그 사이 비가 오고 결국 112 신고를 하게 되는데, 대기시간도 없이 바로 받는 경찰.. 웁스! 할 말이 많았는데 막상 신고를 하니 도통 매끄럽게 생각이 안 난다. 어버버버, 하여튼 광장에 시속 30km 이상으로(착각일수 있다. 도로교통법상 개인형 이동장치의 최고 속도는 25km 이상이 될 수 없음) 보라색 공유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5명 이상의 고등학생 정도 돼 보이는 학생들이 나를 중심으로 위협 운전을 가하고 욕을 했다 말하고 그 근처 좀 순찰 좀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접수는 문자로 진행상황이 보고되며 빨리 진행됐다.
한 3년 전에도 이곳 근처 횡단보도에서 키 190이 다 되는 몸집의 우람한 놈이 무턱대고 내게 돈을 달라고 때릴듯 위협하여 바로 그곳을 벗어나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그를 가출한 집으로 돌려보낸 적이 있었는데..
이 지역은 핫한 플레이스라 그런지 별 사람이 다 몰려와 못볼꼴을 많이 보는 것 같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참 세상도 동네도 많이 변한 거 같다.
암튼 3년 전 신고에서도 몇 분도 안돼 해결한 멋진 경찰들의 상황처리를 기억하고 있던 차라, 또 기대를 해보았다.
하지만 오늘은 몇 시간이 지나도 처리완료 문자도 없고 뭔가 늦다. 갑자기 비가 오고 그 폭주 전동킥보드 무리들도 흩어졌으리라. 어쩌면 순찰해달라고 부탁하던 걸로 그냥 순찰하고 별 특이사항 없어 마무리된 게 아닌가 싶다.
집에 도착하여 이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했더니 혼자 성만 내신다. 마치 내가 처신을 잘못해서 그 무리가 온 거 같이, 난 그냥 걷기만 한 건데.. 아들을 안 믿고 내게 원인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한 게 잘못인 거 마냥, 아버진 다신 그런 놈들과 역이지 말라고 그런다. 에휴..
맞다. 요즘 세상은 무서운 세상이라 학생들도 조심해야 한다. 그냥 당해도 무시하고 안 부딪히고 빨리 지나쳐야 하는 게 요즘 살아가는 방식일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볼 때 아버지는 그냥 신경 쓰기 싫고 복잡해지는 게 싫은 것이다.
경찰은 왜 있을까? 일반시민으로서 그런 위협을 당하면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최선책은 112 신고하여 경찰들에게 맡기는 것 밖에 없다. 난 무리들에게 전동킥보드 폭주 위협을 당했고 이런 일을 대충 넘어가고 신고하지 않는다면 저런 애들의 잘못을 지적할 수 없고 여과할 수도 없어 또 다른 시민들도 나와 똑같이 당할 수 있으니 경찰에 신고한 거뿐이다.
포스트 하다가 1997년도 폭주족 관련 MBC뉴스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웃긴 건 난 그 뉴스 영상 속 실존 폭주족 인물들 중 한 명과 같이 일한 적이 있다.
MBC 카메라출동 한강변 10대 폭주족들의 광란의 현장(1997)
그는 나와 일할 때도 그때의 경험담을 뉴스와 함께 영상 속에 자신이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는데, 솔직히 그때도 철이 없어 보였다.
오토바이 폭주족 시대가 흘러 전동킥보드로 광장에서 그룹 폭주하는 걸 보니.. 참 아이러니하다.
요즘 쉽게 사용 가능한 공유 전동킥보드에 관한 문제와, 개인형 이동장치에 대한 벌금 정책만 내놓지 말고 실질적인 단속이 있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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