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ρ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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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번째 절기,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추가 왔지만 아직 오후 온도는 34도를 가리킨다. 공기도 덥고 맑은 하늘에 구름들과 함께 해만 화창하게 떠 있는데..

어머니는 주말이면 어디론가 가신다. 그리고 나와 아버지 둘이 지내는데.. 말복이 코앞이지만, 기력이 떨어진 아버지 생각해서 저녁 운동차에 가벼운 지갑이지만 치킨을 주문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버지는 뭔가 먹고 있다. 미니토마토, 복숭아, 우유, 한방약, 감자.. 등등 저녁도 먹지 않았는데 먹고 계시다. 뭐든 잘 먹으니 좋긴 하다. 하지만 한편으론 평소 잘못 먹는 어머니가 걱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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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언제나 자신만 챙긴다. 남편은 아내를 먼저 챙겨야하지 않는가.. 뭔가 먹어도 혼자 먼저 다 먹고 먹으라니, 열심히 쩝쩝 소리 내며 뭔가 게걸스럽게 드시고 배가 불러야 옆사람이 보이나 보다. 뭐 아직 팔팔하게 일도 하고 계셔서 자기 몸 관리한다고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그래도 가족이 있고 혼자만 인생 사는 거 아닌데, 주위를 둘러봐야 하지 않을까?

아버지는 언제나 좋은 것만 먼저 먹는다. 복숭아를 보더라도 조금 상한 복숭아는 절대 먼저 먹지 않고 좋은 것만 먼저 먹는다. 그럼 결국 상한 것들은 누가 먹어야할까? 웃긴 건 복숭아를 가져온 사람은 어머닌데 어머니는 거의 먹지를 못한다. 어머니가 고생이다.

난 항상 어머니가 더 걱정이다. 좋은 걸 줘도 조금 먹다 더이상 먹질 않으니, 요즘은 전에 치료한 치아가 문제가 생겨 치아에 염증이 생기고 살리지 못해 결국 발치하고 말았다. 그 치아를 좀 더 놔뒀으면 염증이 뇌신경까지 침투해 얼굴 마비가 생겼을 거라는 치과의사 말에 가슴을 쓰러내린다.

그땐 여동생 식구가 아버지 생신이라고 잠시 놀러왔던 시기다. 그사이 발치가 이뤄져 어머니 턱과 입술은 엄청 붓고 어머니는 너무 아파서 쳐다볼 수도 없는 지경이었는데, 못볼꼴 보여준 어머니와 그것을 본 매제와 여동생 마음은 오직 했으랴. 어머니는 왜 그렇게 이곳저곳 몸도 안 좋은지 정말 속이 쓰리다. 어쩌면 어머니는 이 가족을 이끄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특출 나지 못한 나와, 아버지 답지 못한 아버지, 시집간 여동생을 혼자 신경 쓰느라 스트레스로 인해 항상 몸이 좋지 못한 거 같다.


그건 그렇고 집에 도착하니 치킨이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난 부랴부랴 샤워를 마치고 치킨을 준비한다. 아버지는 뭔가 차려주지 않으면 제대로 먹지 못한다. 그저 보이고 있는 것들로 배를 채우는데, 아버지가 음식을 만드는 것을 상상해 본적이 없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 뭔가 먹을 것을 사 오는 것도.. 예전 TV에 보면 아버지가 일하고 퇴근하며 사 오는 치킨이 부러웠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여태껏 그런 적이 없다. 뭐 이제 다 큰 아들이 있으니 그럴 리 없지만..

그렇게 올림픽 중계를 보며 치킨을 먹는다. 아버지도 먹을 것 앞에 조금 기분이 좋았는지 이 이야기 저 이야기하는데, 그렇게 같이 맛있게 치킨을 다 먹었다.

한두 시간이 흘러 갑자기 아버지가 화장실을 간다. 혼자 뭐라 이야기하는데 "아이~ 아까 먹은 기름 많은 치킨을 먹어서 배가 아픈 거 같아야 궁시렁 궁시렁" 한다.

그럼 기껏 생각해서 주문한 난 뭐가 되나? 내가 뭐 못먹을 것을 주문했나? "아까 치킨인지 내가 뭘 먹었는지 좀 배가 아프다. 넌 괜찮냐?" 같이 좀 부드럽게 말할 수 없을까? 치킨에 다 기름이 있지, 오늘 유독 이 치킨이 기름이 많은 것도 아닌데.. 난 먹고 나서 아무 이상이 없었다.

오늘은 배달비 좀 아껴보려고 다른 브랜드의 치킨을 주문했는데, 그가 잘 먹는 치킨은 교X치킨이다.. 항상 그 치킨을 못 먹으면 이런 비교 아닌 비교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건 교X보다 비싸기만 하고 맛이 없어야" "그 치킨 시키지마라 기름끼만 더글더글" 등등 요즘 치킨 값이 얼마인데, 치킨을 사주지도 못할망정, 당연한줄 안다. 아침에 항상 먹는 삶은 계란도 지금 얼마나 올랐는지도 모르고, 바나나, 아몬드, 여름 수박 그저 당연히 항상 있는 줄안다. 그렇기 때문에 난 사실 잘 먹을 시기임에도 거의 안먹는다. 아버지나 어머니 더 드시라고, 정말 옛날 보릿고개 시절도 아니고 바보같은 짓이 아닐수 없다.

그렇게 아버지는 또 몇시간 만에 주무시다 일어나더니 짜증을 낸다. 또 화장실을 가고 "궁시렁 궁시렁" 문닫는 소리에 뭔소리에, 나도 덩달아 잠이 깨고 결국 아버지를 위한 비상약을 찾는다. 속쓰림 위염약을 주었더니 그것을 또 재빠르게 먹고 이젠 좀 괜찮다고 한다. 혹시 몰라 아침, 점심에 먹을 위약을 식탁앞에 놔뒀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오늘 아버지는 치킨 먹기전부터 배가 불러오도록 뭔가 열심히 먹었다. 우유, 복숭아, 미니토마토, 한방약, 감자.. 아버지는 가끔 너무 과하게 먹을때가 있다. 탈이 안날수 없는데, 그걸 내가 사준 치킨때문이라고 하시니 난 서운함이 많이 생긴다.

그냥 한마디로 항상 까다롭다. 하지만 부모님이니 그러려니 이해해야한다. (스트레스)

문득, 아버지 같이 치킨도 못먹는 어머니를 생각하니 한편으론 슬프다.


"어머니, 제발 평소에 아버지 같이 이것저것 좀 잘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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