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했던 온라인 한국어 교육 커뮤니티 그룹에서 만나 나를 자칭 프로페서라고 부르며 따르던 팬들 중 한 명.. 세월이 정말 빨리 흘러간다. 5년 만에 만남, 원래는 더 빨리 만날 수 있었지만 그녀의 직업이 간호사라 코로나라는 악조건으로 인해 몇 년을 넘겨 결국 이제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2023년 올해가 돼서야. 다시 여행을 시도해 보는데.. 또 다른 난관, 그녀가 다니는 병원 보스가 태클을 건다. 그렇게 그녀가 꿈꾸던 한국의 벚꽃을 결국 못 보게 되는 걸까..
난 나중에 다른 시즌이 오면 그때도 늦지 않았다며 그녀를 타일렀는데,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 벚꽃이 피어나고 내 고향의 벚꽃들이 떨어질 때쯤이 돼서야 결국 그녀는 병원 보스의 허락을 받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진작부터 그녀가 꿈꾸던 한국 여행이었기에 계획했던 대로 준비했던 대로 일사천리에 이뤄지게 된다.
자리가 없는 한국행 비행기 티켓, 그녀는 멕시코에서 한국으로 가는 직항티켓을 구하지 못하고 먼저 일본에 도착해 한국으로 가는 방향으로 비행기표를 구입하게 된다.
그녀도 참 용감하고 대단하다. 멀고도 먼 험난한 출발, 그녀는 사는 곳에서 몇 시간의 버스를 타고, 비행기를 타기 위해 멕시코시티를 거쳐, 일본으로 날아간다. 일본에 도착하자 대기 중인 그녀, 일본의 입국심사와 출국심사, 까다로운 건지 인프라가 없는 수기작성인지 몰라도 그녀는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낭비하게 된다. 그렇게 이틀 가까이 소모하고 인천공항에 도착하게 되는데..
제시간에 도착한 나는 그녀와의 여행을 계기로 유튜브를 도전하기로 마음먹었기에 스마트폰의 흔들림을 방지해 주는 3축 짐벌 기계를 이리저리 만져본다. 하지만 그날따라 말을 듣지 않는 짐벌, 하~ 멋진 영상을 찍기 위해 거금 투자한 짐벌인데.. 그것은 나에게 거추장스러운 짐이 되고 말았고 결국 그것을 가방에 넣었으며 유튜브 도전도 작심삼일이 돼버리고 말았다.
인천공항도 참 오랜만에 방문해서 뭔가 많이 달라져 어리둥절하던 나, 안내 로봇도 보이고 신기했다. 시간이 남아 이리저리 인천공항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때웠는데, 그렇게 그녀가 도착했고 그녀를 다행히 입구에서 맞이하게 된다.
기쁨 맘에 내 첫마디는 "Welcome to korea!!" 그리고 포옹, 영상통화를 자주 했기 때문에 너무 친근한 우리들.. 그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서로 웃음만 나온다.
기쁜 순간은 잠시, 사실 숙소까지 가는 과정이 어찌나 힘들던지.. 과거 우리 어머니들 세대같이 멕시코친구는 초대형 여행가방에 바리바리 먹을 것과 주고 싶은 선물들을 잔뜩 가져왔다.
무거운 가방은 나의 몫, 난 그 가방을 끌고 지하철 계단을 들고 넘기도 하고,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자리를 다잡아 먹는 대형 여행가방으로 온 신경이 그곳에 집중했다. 도로를 울리는 묵직한 덜덜거림.. 어쩔 수 없이 잠깐잠깐 가방을 걸고 문턱을 넘었던 내 팔은 멍이 들기 시작하고, 예약한 숙소가 대체 어디 있는 건지 헷갈려 몇 번이고 돌고 돌아 결국 찾아냈는데..
오 마이갓! 하필 예약한 곳이 언덕 꼭대기에 있는 숙소! 정말 나는 그곳까지 무거운 초대형 여행가방을 끌고가며 힘들어서 몇 번을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했다. 흑흑, 소리 없는 비명.. 이 무슨, 군대 때나 겪던 일인 듯 군대 기억을 소환시켜 주더니, 결국 내 저질체력은 방전되고 만다.
그래! 이것도 추억이지.. 그렇게 결국 우리는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한참을 멍하니 쉬다가 밖을 나가 가볍게 저녁식사를 하며 다음날 시작될 여행에 대해 이야기하며 셀레임을 감추지 못한다.
과연 이번 여행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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